서울대 박민혁 교수팀, 차세대 메모리 위한 초저전압 강유전체 소자 개발… 속도-수명 딜레마 해법 제시
노형석 기자
작성일 2026-11-05 08:02
본문

이번 연구는 빠른 동작과 긴 수명을 동시에 확보하기 어려웠던 강유전체 메모리의 오랜 난제인 ‘속도-수명 딜레마’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전극과 강유전체가 맞닿는 계면을 정밀하게 설계하여 낮은 구동 전압과 빠른 분극 전환, 높은 반복 구동 안정성을 함께 확보했으며, 이를 통해 DRAM과 유사한 구조의 차세대 저전력 메모리에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한양대학교, 포항가속기연구소, 삼성전자 연구진과 공동으로 수행되었으며, 그 결과는 세계적 권위의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되었다.
AI 서버와 모바일 기기에서 처리하는 데이터가 증가함에 따라 메모리의 성능과 전력 효율을 함께 높이는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AI 서버에 사용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 사용되는 저전력 DRAM 규격인 LPDDR에서도 전력 효율은 핵심 과제로 꼽힌다.
DRAM은 컴퓨터, 스마트폰, AI 서버 등에 널리 쓰이는 대표적인 고속 휘발성 메모리로, 캐패시터에 전하를 저장해 정보를 기억하지만 주기적인 전하 재충전(리프레시) 과정에서 전력 소모와 동작 효율에 영향을 받는다. 반면 강유전체 메모리는 물질 내부의 ‘분극’을 이용해 정보를 저장하며, 외부 전기장을 제거한 뒤에도 분극이 남는 ‘잔류 분극’ 특성을 활용해 주기적 리프레시에 따른 전력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강유전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3년 발표한 ‘반도체 미래기술 로드맵’에서도 차세대 반도체용 유망 소재로 제시된 바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하프니아-지르코니아(HZO)라는 강유전체 소재를 사용했다. HZO는 기존 반도체 제조 공정과의 호환성이 높고 원자층 증착법으로 균일한 박막 제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HZO를 DRAM급 차세대 메모리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낮은 전압과 빠른 동작, 긴 수명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분극을 빠르게 전환하려면 더 높은 전압이 필요하지만, 전압이 높아지면 소자 부담이 커져 반복 구동 수명이 짧아지는 ‘속도-수명 딜레마’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전극과 강유전체 사이의 계면 설계에 주목했다. 원자층 증착법으로 질화티타늄(TiN) 전극의 결정 방향과 표면 특성을 조절하고 계면 산화를 억제하여 얇고 균일한 계면층을 형성함으로써, 계면에서 발생하는 전압 손실을 줄이고 분극이 균일하게 전환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했다.
그 결과, 두께 5nm의 HZO 캐패시터에서 0.6V의 낮은 전압으로 분극 전환을 구현했으며, 시험 소자에서 1조 회 반복 구동 후에도 절연 파괴 없이 두 분극 상태를 구분할 수 있었다. 반복 구동 내구성은 0.6V에서 6000억 회, 1V에서 1조 회로, 구동 전압, 전환 속도, 내구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 조합을 확보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성능이 전극·계면 설계를 통해 전압 손실을 줄이고, 소자 내부의 전기장을 분극 전환에 효과적으로 활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또한, 소자 면적이 작아질수록 분극 전환이 빨라지는 경향을 확인했으며, 더 작은 나노미터 크기 소자에서도 낮은 전압으로 나노초급 분극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DRAM급 고속 동작으로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기사 공유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