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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 빛나는 혁신, 제조업 '다크팩토리' 전환 3단계 로드맵 제시

노형석 기자
작성일 2026-05-30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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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상주하지 않아 조명을 켤 필요조차 없는 공장, 이른바 '다크팩토리'는 더 이상 공상과학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다. 글로벌 제조 경쟁의 판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AI·로봇연구소 김익재 소장은 제조업의 미래를 '다크팩토리'로 정의하며 단계적인 전환 로드맵을 제시했다.

현재 중국의 일부 선도 기업들은 인공지능(AI)과 로봇을 활용한 고도 자동화 제조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샤오미는 연간 1000만 대 규모의 스마트폰 생산 능력을 갖춘 '다크팩토리'를 운영하며 차세대 무인화 제조 모델을 구현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는 글로벌 '다크팩토리' 시장이 2030년 약 275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정부 역시 '피지컬 AI 1등 국가'를 목표로 삼고, 2026년까지 제조 AI 전환(M.AX)에 1조 1,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김익재 소장은 '다크팩토리'로의 전환이 갑작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인 접근과 각 단계별 맞춤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인 3단계 로드맵을 제시하며, 각 단계에서 축적된 데이터가 다음 단계의 AI를 발전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진정한 자율 제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1단계는 디지털 트윈 기반의 스마트팩토리 고도화다. 현재 국내 스마트팩토리 상당수가 단순 데이터 수집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공장 내 모든 설비와 공정을 가상 공간에 똑같이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이 핵심이다. 산업부는 최근 디지털 트윈을 M.AX의 핵심 솔루션으로 채택하고 국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차전지 분야 선도 기업의 실증 결과, 디지털 트윈 도입으로 생산 속도가 50% 이상 향상되고 투자비와 라인 면적이 절반으로 줄었으며, 유연한 생산 능력까지 확보되었다. 이 단계에서는 '매뉴팩처링-X(Manufacturing-X) 플랫폼 표준모델'과 13개 AX 실증 산업단지 조성이 국가 인프라 역할을 수행한다.

김 소장은 디지털 트윈이 현실을 가상 공간에 복제하여 AI 학습을 돕는 '심투리얼(Sim-to-Real)' 전략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가상 세계가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시뮬레이션이 현실의 물리적 조건을 정확히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디지털 트윈의 정확도 향상과 피지컬 AI 모델의 현실 적용은 실제 현장의 행동 데이터가 기초가 되어야 하며, 디지털 트윈은 데이터를 증폭하는 기술이지 대체하는 기술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2단계는 협동로봇과 피지컬 AI의 현장 실증 단계다. 디지털 기반이 갖춰진 공장에 협동로봇(Cobot)과 자율이동로봇(AMR)을 투입하여 사람과 로봇이 협력하는 체계를 구축한다. 1,500여 개 기업과 기관이 참여하는 M.AX 얼라이언스는 대기업의 AI 솔루션을 중소 협력사로 확산하고 현장 실증 데이터를 공유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한다. 2030년까지 AI 팩토리 500개 보급과 최대 5000억 원 규모의 M.AX 산업대전환 혁신펀드 조성이 이 단계의 투자 마중물이 될 전망이다.

3단계는 비로소 '다크팩토리', 즉 피지컬 AI 자율 공장 단계다.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고 공정을 재구성하며 사람의 개입 없이 24시간 생산을 지속하는 체계다. 1, 2단계에서 축적된 디지털 트윈과 협동로봇의 공정 데이터가 VLA(Vision-Language-Action) 모델 학습에 투입될 때, 비로소 스스로 배우는 공장이 완성된다. 각 단계의 데이터가 다음 단계의 AI를 키우는 선순환 구조가 진정한 자율 제조의 핵심이다.

이와 더불어 김 소장은 노동 전환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생산연령인구 감소가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피지컬 AI는 남은 숙련 노동자들의 업무 부담을 덜고 생산성을 유지하는 필수적인 조력자가 될 것이다. 그러나 기술 도입 속도만큼 직무 전환 속도 역시 중요하며, 현장 기능인과 설비 관리자를 '로봇 매니저'나 'AI 오케스트레이터'로 성장시키는 재교육 체계를 로드맵과 동시에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스마트팩토리에서 협동로봇, 그리고 자율 공장으로 가는 여정은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는 과정이 아니라, 노동자의 역할을 더욱 안전하고 가치 있는 방향으로 진화시키는 과정이어야 한다. 자동화로 공장의 물리적 조명은 꺼질지라도, 시스템을 지휘하는 노동자의 가치는 더욱 빛나는 산업 혁신, 그것이 대한민국 제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김익재 소장은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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