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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의 회고, 그리고 ‘예’와 ‘아니오’의 무게

월드미션신문 기자
작성일 2026-07-04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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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기지협)가 창립 51주년을 맞았다. 반세기를 훌쩍 넘긴 시간의 이정표 앞에서 한국 교회의 원로와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감사예배를 드리고 비상 특별 총회를 열었다는 소식은, 단순한 연례행사를 넘어 시대적 소명에 대한 깊은 고뇌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감사’와 ‘비상’이라는 두 단어의 공존은 지난 세월에 대한 하나님의 은혜를 돌아봄과 동시에, 오늘날 한국 교회가 처한 위기 상황을 직시하는 엄중한 자기 성찰의 단면을 보여준다.

언제부터인가 한국 교회의 외침은 세상의 소음에 묻혀 공허한 메아리가 되거나, 때로는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세상을 향해 빛과 소금이 되라 명하신 주님의 명령은, 그 빛을 잃고 짠맛을 상실한 채 무기력한 구호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그 근원적인 이유는 교회가 세상의 가치와 복음의 진리 사이에서 명확한 ‘예’와 ‘아니오’를 선언하지 못하고, 회색지대에 안주하며 그 경계가 허물어졌기 때문이다. 교회의 말이 곧 세상의 말이 되고, 교회의 행동이 세상의 욕망을 답습할 때, 교회는 더 이상 영적 권위를 지닐 수 없다.

이날 성경봉독으로 채택된 마태복음 5장 37절의 말씀은 이러한 시대의 심장을 꿰뚫는 날카로운 검과 같다. 1521년, 독일 보름스 제국회의에 소환된 한 수도사 마르틴 루터의 모습은 이 말씀이 지닌 무게를 극적으로 증언한다.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와 교황의 사절, 그리고 유럽의 모든 권력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자신의 모든 저술을 철회하라는 압박을 받았을 때, 그는 하루의 숙고 끝에 이렇게 답했다. “나의 양심은 하나님의 말씀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철회할 수 없으며, 철회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양심에 반하여 행동하는 것은 안전하지도, 옳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여, 나를 도우소서. 아멘.” 이는 자신의 목숨을 건 ‘아니오’였으며, 오직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절대적인 ‘예’였다. 이 단호한 선언이 종교개혁의 거대한 불길을 일으켰고,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었다.

오늘날 한국 교회가 마주한 황제와 교권은 무엇인가. 그것은 세속적 번영주의, 정치 이데올로기, 성공 지상주의, 그리고 교회 내부에 만연한 비윤리적 관행들이다. 기지협의 지도자들이 ‘비상 총회’를 소집한 이유 역시 이러한 보이지 않는 권력 앞에서 한국 교회가 ‘보름스의 신앙’을 회복해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일 것이다. 교회의 영적 역할과 사회적 기여는 화려한 건물이나 거대한 교세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단호한 ‘아니오’와, 십자가의 진리를 향한 흔들림 없는 ‘예’를 삶으로 증명할 때 회복될 수 있다.

창립 51주년을 맞은 기지협과 한국 교회의 지도자들이 다시금 새겨야 할 말씀은 명확하다. 교회의 갱신과 부흥은 다른 길에 있지 않다. 오직 말씀의 권위 앞에 우리의 양심을 세우고, 세상의 모든 유혹과 압력 앞에서 주저 없이 진리를 선포하는 것,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시작된다. “오직 너희 말은 옳다 옳다, 아니라 아니라 하라 이에서 지나는 것은 악으로부터 나느니라.” 이 말씀이 한국 교회의 뼈아픈 자기고백이자 새로운 시대를 향한 결단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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