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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 안의 잔치와 성문 밖의 신음

월드미션신문 기자
작성일 2026-06-01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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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의 5월은 분주했다. 한편에서는 거룩한 부르심을 확인하며 직분을 세우고, 노회의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등 교회의 내적 결속을 다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른 한편에서는 전쟁의 포화 속 신음하는 이들을 위한 구호의 손길을 촉구하고, 종교 간 화합을 통해 세상의 평화를 염원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두 가지 풍경은 오늘날 한국 교회가 서 있는 자리를 되묻게 한다. 우리의 시선은 과연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총회와 노회가 모여 사역을 논하고, 신학교 후원을 위해 뜻을 모으는 일은 교회의 존립과 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다. 그러나 교회의 모든 에너지가 오직 조직의 유지와 확장에만 집중될 때, 우리는 세상의 소금과 빛이라는 본질적 사명을 잊게 될 위험에 처한다. 견고한 성벽을 쌓고 그 안에서 우리만의 잔치를 벌이는 동안, 성문 밖에서 고통받는 이들의 신음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교회의 거룩함이 세상과 분리된 ‘그들만의 리그’가 될 때, 복음은 생명력을 잃고 박제된 교리로 전락하고 만다.

18세기 말 영국, 교회는 산업혁명의 그늘 속에서 안락한 신앙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짙었다. 그러나 윌리엄 윌버포스와 ‘클래펌 공동체’라 불리는 이들은 달랐다. 그들은 매주 모여 기도하고 성경을 연구하는 경건한 신앙인들이었지만, 그들의 기도는 교회의 문턱을 넘어 의회 의사당으로, 노예무역선이 오가는 항구로, 고통받는 이들의 삶의 현장으로 향했다. 그들은 신앙의 힘으로 끈질기게 싸워 마침내 ‘노예무역 폐지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들의 신앙은 교회라는 성벽 안에 갇히지 않고, 시대의 가장 큰 죄악과 불의에 맞서 싸우는 정의의 검이 되었다. 이는 신앙의 본질이 자기만족적 경건이 아니라, 세상을 변혁시키는 거룩한 책임에 있음을 웅변하는 역사적 증거다.

이런 점에서 국제 공해상에서 벌어진 비인도적 행위에 대해 이스라엘 정부에 항의하고, 가자지구의 민간인을 위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촉구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또한 종교의 벽을 넘어 부처님 오신 날에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한 것 역시, 교회가 세상의 아픔에 동참하고 갈등을 치유하는 역할을 감당해야 함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실천이다. 이는 우리의 관심이 교단과 교파의 울타리를 넘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모든 이들의 고통으로 확장되어야 함을 일깨운다.

교회는 스스로를 위한 등대가 아니라, 어두운 세상을 비추는 빛이 되어야 한다. 우리의 모임과 헌신, 사역의 최종 목적지는 교회의 성장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이루는 것이어야 한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성경은 분명히 말씀하고 있다. “사람아 주께서 선한 것이 무엇임을 네게 보이셨나니 여호와께서 네게 구하시는 것은 오직 정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 (미가 6:8). 이제 한국 교회는 성벽 안의 안락함에서 벗어나, 정의를 행하고 자비를 사랑하며, 성문 밖 세상의 신음 소리에 응답하는 겸손한 발걸음을 내디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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