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정망(衆口之門)
본문
중구정망(衆口之門)이라는 말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 오로지 시끄럽거나 쓸데없는 일에 몰두하여 본질을 잃는 상황을 비유하는 말을 의미한다.
지난 9월 14일부터 17일 사이 한국교회 주요 교단이 일제히 정기총회를 열었다. 총회가 남긴 성적표는 무겁다. 예장합동은 2025년 말 기준 교인 211만 6,250명으로 1년 새 12만 6,594명(5.6%)이 줄었다. 코로나19 이후 최대 감소 폭이며, 2012년 정점(299만 4,873명)과 견주면 87만 8,623명(29.3%)이 사라졌다. 예장통합도 214만 910명으로 5만 9명(-2.28%) 줄어 10년 연속 감소했고, 기장은 18만 1,982명(-3.3%)으로 18년 연속 줄어 정점 대비 46%가 빠졌다. 주요 장로교단의 교회 수는 예외 없이 줄었으며, 통합의 유아 세례교인은 13.08%, 아동 세례교인은 9.54% 감소했다. 기장은 다음 세대가 전체의 15%인데 70세 이상은 30%다.
그런데 이 뼈아픈 숫자가 총회장에서 얼마나 무겁게 다뤄졌는지는 의문이다. 회무의 무게중심은 사람 뽑기와 징계에 실렸다. 합동은 총무 3파전과 임원 경선으로, 통합은 목사부총회장 후보 자격 논란과 선관위원장 사퇴로, 고신은 총회장 재선거로 시간을 보냈다. 이단 규정과 관계 금지 결의, 특정 목회자 설교에 대한 표결이 주요 뉴스가 됐다. 합동 총회 마지막 날 출석 총대는 637명으로 첫날 1,443명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고, 긴급동의안과 이단성 조사 청원은 충분한 토론 없이 임원회로 넘겨졌다. 목회자 정년 연장안은 또 부결됐다.
선거와 치리가 교회의 일이 아닌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회무의 전부가 될 때 교회는 세상의 정치 조직과 다를 바 없다. 예레미야 시대의 백성은 “여호와의 성전, 여호와의 성전”이라 외치며 건물을 의지했고, 하나님은 그 외침을 심판의 근거로 삼으셨다(렘 7장). 교회의 생명은 조직과 결의문의 숫자가 아니라 그리스도를 머리로 삼은 지체들이 서로 사랑하며 십자가의 복음을 증언하는 데 있다(엡 4장).
맛디아를 뽑을 때 제비를 던진 것은 정치적 계산이 아니라 기도 끝에 주권을 하나님께 맡긴 신앙 행위였다(행 1장). 높은 자리를 다투는 서기관과 바리새인의 모습은 이미 경고되었다(마 23장). 교단의 이름과 기준을 세우는 일에는 쉽게 합의하면서도 정년과 선거제도처럼 오랜 관행을 건드리는 구조 개혁에는 망설이는 모습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한국교회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2026년 19.0%까지 내려앉았고, 불신한다는 응답은 75.4%에 이른다. 감소의 원인을 저출생과 고령화로만 돌릴 수 없는 이유다. 교회 이익을 앞세우는 태도와 ‘나만 옳다’는 자세가 신뢰 하락의 뿌리에 있다는 조사 결과도 함께 새겨야 한다.
총회는 치리 기구이면서 동시에 영적 리더십의 장이다. 숫자의 위기는 하나님 앞에서의 영적 각성으로만 돌파된다. 회개와 거룩의 회복, 강단의 회복, 그리고 다음 세대를 품는 목회의 본질 회복이 먼저다. 내년 총회의 회무가 사람 뽑기와 징계가 아니라 복음과 목회로 채워지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