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임금과 왕비(2)
본문
“백성들에게, 학문보다는 예를 먼저 가르치셔야 하고, 재리보다는 도리를 먼저 가르치시는 것이 군왕의 도라고 생각 하옵니다. 왕께서 그럴 뜻이 있으시면, 나라의 질서를 지키고 예도를 가르치시기 위해, 당연히 먼저 양친의 동의를 구한 다음, 혼서를 보내시고 예법이 정한 바에 따라, 가장 모범이 되는 절차를 준행함이 마땅한 줄 아온데 어이하여 소녀를 노상납치하려 하시옵니까?”
왕은 크게 감탄했다. 실로 말씨름에서, 왕이 패한 기분이 들 정도라 어안이 벙벙했다.
이 넓은 하늘 아래, 누가 감히 왕인 나에게 저렇게 의롭고 유식한 도리를 당당하게 말해 줄 수 있단 말인가?
그런 의인이 내곁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꼬?
心入人也 심입인야 如時雨之潤 여시우지윤
여인에게 빠져듦이 마치 때 맞춰 내리는 단비처럼 메마른 대지를 적심 같도다.
이 노변의 삼문(三問)이야 말로 요임금이 한 민정시찰의 가장 큰 성과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왕은 예법에 따라 청혼을 하고 혼서를 보냈다.
만 백성이 우러러 경축하는 결혼 일에 왕비의 가마가 왕궁에 도달하던 날,
수많은 신하들과 궁녀들이 흥분하며 왕비가 얼마나 대단한 미인일까 궁금증이 불타올랐다.
그런데 막상 가마문이 열리자 왕비를 첨 본 궁녀들의 입가에 조소의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 조소의 미소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러나 가마에서 내린 왕비는 무수한 시종들 앞에서 팔을 둥둥 걷어 올리고 주방으로 걸어들어 갔다. 궁녀들이 더욱 비웃으며 말렸다.
왕비는 “난 왕의 아내다. 내 손으로 진지를 해드리는 게 도리이다. 저리 비켜라.”
그래 왕의 수라상을 준비한 다음에 사치스러운 궁녀들의 복장과 경박한 행동을 지적하여 호령했다.
“오늘부턴 백성들보다 사치하는 자는 그냥 두지 않겠다. 농어촌의 선량한 부인들보다 잘 먹거나 더 게으른 자는 용서하지 않겠다. 백성들의 어버이신 왕을 섬기는 자들이 백성들보다 예와 도리가 모자라면 어떻게 왕께서 바른 정치를 하실 수 있단 말이냐?”
왕비의 엄숙하고 단호한 질책을 받은 궁녀들의 비웃던 입이 조리 놀란 조개처럼 굳게 다물어졌다.
그날부터, 나라의 질서와 도덕이 하루가 다르게 바로 서고 꽃피기 시작했다. 당장 궁중이 달라지고 대신들이 달라졌다. 공직자가 달라지니 백성이 금새 달라져 나라엔 도둑이 없어지고, 세상인심이 어딜 가나 풍요로워 졌다. 그리하여 이 위대한 여인이 요순시대의 태평성대를 창조하는 불가사의의 기적을 낳았다.
왕으로부터 촌부까지, 백성은 하나같이 바른 사고와 예의를 지켜 온 천지가 높은 수준의 도덕사회를 이루었다.
먼 훗날 왕비가 돌아가시자 온 나라의 백성들과 왕은 게 목 놓아 엉엉 울었다고 한다.
어린 아이에서부터 호호백발의 노인들까지 높은 신하에서부터 저 눈먼 땅의 무지한 노동자까지 모든 백성이 땅을 치며 울었다는 것이다.
왕비의 은덕을 높이 기리고 사모하는 백성들 중엔 그 서거소식에 너무 충격을 받아 쓰러지거나 식음을 폐하고 애도하는 자가 부지기수라 했다.
임성아 목사
·수원성민교회 담임 ·본지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