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임금과 왕비(1)
본문
고대 중국 역사상 가장 살기 좋은 태평성대를 구가했다는 요순시대(堯舜時代)의 이야기이다.
요 임금이 민정시찰을 나갔다. 만백성이 길가에 부복하여 왕의 행렬에 마음으로 박수를 보내고 왕에게 무한한 존경과 복종의 뜻을 보였다. 그런데 기현상이 발생했다. 길가 뽕밭에서 뽕을 따는 처녀가 부복은 고사하고, 한 번도 돌아보지도 않고 열심히 뽕만 따고 있는 게 아닌가?
한 마디로 왕의 권위 따윈 알 바 없다는, 일종의 배반행위였다."어가를 멈춰라” 왕명에 따라 천지를 흔들던 악대도 음악을 중단하고, 화려한 행렬이 제자리에 섰다."어떤 놈이라고 생각하는가?" 친위대장이, “촌구석의 뽕 따는,무식한 처녀인 줄 아뢰옵니다.” “소신이 가서 확인을 하고 오겠습니다.” 왕의 눈에는, 처녀의 자태가 너무나 아름다워 거의 환상적이었다. 선녀가 아니고선 어떻게 저리도 곱고 매혹적일 수가 있단 말인가? “아니다. 내 좀 걷고 싶던 차에 잘 됐다.” 왕이 직접 뽕따는 처녀에게로 위풍 당당하게 걸어갔다. 가까이 왕이 왔는데도 처녀는 돌아보지도 않고 뽕만 따고 있었다. 왕은 은근히 자존심이 상했다."너는 나의 백성이 아니란 말이냐? 왕이 너를 찾아왔다.” 그때서야 이 처녀는, 몸을 돌려 정중히 목례를 했다. 그 순간 왕은 크게 실망을 했다. 아무리 권문세가의 영애라도 왕이 손만 잡으면 왕의 것인데, 이 여인은 통 그러고 싶질 않았다. 처녀의 얼굴에, 보기에도 민망한 혹이 달려있었던 것이다. 왕은 슬그머니 객기가 발동했다. “그래, 만 백성이 짐을 우러러 경의를 표하고, 땅에 부복하여 순종의 뜻을 보이거늘, 너는 어쩐 연고로 부복은 고사하고, 아예 오불관언(吾不關焉) 한단 말이냐?”
그러자
이 뽕녀의 입에서 참으로 아름답고 당당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普天之下 보천지하 “하늘 아래 왕의 땅이 아닌 곳이 없고,
莫非王土 막비왕토 땅 끝까지 왕의 신하 아닌 자가 없습니다.
莫非王臣 막비왕신 어지신 왕에겐
東西南北 동서남북 동서남북의 어느 백성이고
無思不服 무사불복 심복치 않은 자가 없습니다.”
“만백성의 어버이에게 부복하는 일만이 경의가 아니고, 부모의 뜻에 따라 소임에 충실함이, 더 충성스러운 일이 아니겠사옵니까?”
“부모가 뭣이 그리 대단해?”
孝卽 효즉 “효는 만행의 근본이며,
萬行之本 만행지본 모든 선행 중에서 으뜸인데
惠我無疆 혜아무자 은혜가 무한하여,
百善爲孝先 백선위효선 자손은 영구히 받들어야 하고
군왕이 마땅히 그 모범을 보이셔야 하거늘, 어찌 이를 탓하려 하시옵니까? 왕은 감탄하여 절로 미소가 피어올랐다. 요것 봐라. 날 가르치고 있다. 햐! 고것 참 기이하구나! 하하하… 왕은 첫 번째 질문에서 크게 감탄하여 두 번째 질문을 하기로 했다."넌 헌데, 얼굴에 혹이 달려 창피하지 않으냐?” “신체발부는 하늘이 부모님을 통해 주신 은사이오며, 하늘의 뜻은 삼라만상을 다스리는 것이 온데, 어버이신 왕께서 어쩐 연고로 소녀의 생김새를 조롱하시옵니까?”
以人治人 이인치인 “인간의 도로써 인간을 다스려야 하고. 외양보다는, 내면의 진실을 존중해야 하는 줄 아옵니다.”
왕은 더욱 놀라, 신하 중에 이런 어질고 현명한 신하가 많았으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했다. 왕은 그래서, 내친 김에 엉뚱한 질문 한 개를 더 해보았다.
“너를 내 왕비로 삼고 싶다. 날 따라가겠느냐?” 뽕녀는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말했다.
임성아 목사
·수원성민교회 담임 ·본지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