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밧일과 밥팀네
본문
우리나라 최초로 번역된 성경인 존 로스 역 1882년판의 서문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이 성경은 위클리프 성경이 영국에서 했던 역할을 조선에서 해 줄 것이다..... 조선에서 한문 성경은 옛 영국이 사용하던 라틴어 성경인 셈으로, 조선 문인들은 중국인들 만큼 한문 성경을 이해할 수 있다.... 지금까지 제작된 성경 중 가장 볼품없이 번역된 이 성경이 한문 성경보다 더 읽기 쉬울 것이라는 사실이 나는 그리 놀랍지 않다. 이러한 결과는 조선어의 아름다운 유연성과 다양한 표현력, 조선어 동사 특유의 다채로운 의미의 정확한 전달에서 비롯된다..... 조선어는 약 1200만 명이 사용하는 언어로, 아주 작고 중요치 않은 지역적 차이만 지니고 있으며, 음성 기호로서 놀라울 만큼 간단한 특성으로 인해 모든 사람들이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성경 작업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글을 모르는 가난한 이들에게도 다가가 그들 모두가 일상생활에서 이해하고 사용하는 언어로 이 세상 구세주의 놀라운 사랑을 진솔하게 들려줄 것이다. 1882년 존 로스”
훈민정음 서문이 생각난다.
라틴어 성경밖에 없던 영국에 최초로 영어 성경을 번역한 존 위클리프 종교개혁 시조의 뜻이나 존 로스 선교사의 뜻은 너무나 일치한다. 이와 같이 중국에서 번역과 달리 한글 성경 번역의 또 하나의 축인 일본에서 번역은 이수정이 1882년 임오군란 당시 명성황후를 구출한 공로로 고종의 배려로 수신사 박영효의 수행원으로 일본에 가게 되었다. 그는 일본인 크리스천 농학자 쓰다 센(津田仙)을 통해 기독교를 접하고, 한문 성경을 읽으며 감동을 받아 1883년 세례를 받았다. 나아가 한국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우리말 성경 번역이 시급함을 깨닫고 일본 성서공회의 도움으로 한글 성경 번역을 시작했다.
1884년 현토한선(漢鮮) 신약성서를 출판했는데, 이 성경은 한글 번역이라기보다는 한문 성경에 토시(조사)를 단 성경이었다. 이는 당시 한문에 익숙했던 지식인층을 위함이었다.
이어 1885년에는 마가복음서를 국한문 혼용으로 번역했고, 1885년 부활절에 한국에 입국한 최초의 선교사 언더우드 아펜셀러가 일본에 들렀을 때, 이수정이 번역한 이 마가복음을 들고 한국 땅에 입국했다.
번역의 관점에서 보면 선교사 존 로스 역의 성경이 훨씬 깊이가 있고 체계적이며 한글판을 목표로 했다. 가령 1882년판에는 하느님으로 표기했다가 1887년판에는 하나님으로 표기했다. 이는 윤치호가 1887년 발간된 찬송가 14장(지금의 애국가)에서도 하나님으로 표기한 것과 일치한다. 그 당시 표준어는 하늘이 아니고 ㅎㆍ(하래아)늘 이어서 하나님으로 표기한 것 같다.
더욱 재미있는 사례는 안식일을 사밧일(sabbath日), 세례를 밥팀네로(baptism禮) 음을 그대로 한글로 표현하여 한문 번역 한자와 달리 그 뜻을 심어주는데 많은 고심했음을 읽을 수 있다. 지금도 우리 선교사들이 미전도 종족을 위해 성경을 번역하고 있는 일을 생각하면 우리의 기도가 부족함이 틀림없다. 샬롬.
노재환
승영교회/ROTC세계선교교회 담임목사
학교법인 승영학원이사장
전) 본지 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