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교회 영적 정체성 찾다”… 박조준 목사 학술포럼 개최
평전 출간 계기 신앙·자유의 유산 재조명…“군사독재 맞선 예언자적 설교”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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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독립교회연합회(WAIC)와 웨이크신학원이 지난 6월 22일 오후 서울 동작구 소재 CTS아트홀에서 제6회 웨이크신학포럼을 개최했다. ‘독립교회 정신의 학술적 조명과 신학적 유산 계승’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박조준 목사의 평전 『신앙과 자유의 파수꾼 박조준』 출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박조준 목사는 1970~80년대 한국 복음주의의 황금기를 이끈 영적 지도자로, 한경직 목사 이후 영락교회를 담임하면서 탁월한 설교 능력으로 교회를 폭발적으로 성장시킨 인물이다.
이번 포럼에 앞서 평전 간행위원장 임우성 목사는 박조준 목사의 삶을 신학적으로 조명했다. 임 목사는 “박 목사님은 선대 목회자의 유산을 수동적으로 계승한 수혜자가 아니라, 시대의 불의 앞에 예언자적 선명성을 발휘한 독자적 영적 지도자”라고 강조했다. 임 목사는 “군사독재 시절 모두가 침묵하거나 타협할 때 오직 하나님의 말씀으로 정권의 부도덕함을 향해 서슴없이 대항했고, 그 결과 권력기관의 전방위적 압박과 정치적 박해를 감내하며 광야의 길을 걸었다”고 전했다.
임우성 목사는 또한 독립교회 운동이 추구하는 정체성을 명확히 했다. 임 목사는 “독립교회는 교단법의 횡일성을 초월한 정관 자치를 통해 담임목사의 사역 임기와 재정 투명성을 명문화하고, 외부 정치 세력의 간섭 없이 시대가 요구하는 선교적 결정을 신속히 실행할 수 있다”며, “이는 목회자가 교단 정치의 눈치를 보지 않고 성경 본연의 진리와 예언자적 메시지를 담대히 선포할 수 있는 목회적 자유를 보장하는 사도행전적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국제독립교회연합회는 성경적 진리 파수, 자유민주주의 수호, 신학적 순결성 유지라는 네 가지 방향성을 천명했다.
박명수 서울신학대 명예교수는 1970~80년대 한국교회 역사에서 박조준 목사의 위상을 분석했다. 박 교수는 “박 목사가 단순한 후계자의 자리에 머물지 않고, 영락교회의 내적 성장을 책임지며 10년 사이 신자 수를 3배로 늘렸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1960년대 말 100만 명에 못 미치던 신자가 1980년대 말에는 천만 명에 육박했으며, 그 한복판에 한경직 목사와 그의 후계자 박조준 목사가 서 있었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박조준 목사의 정치적 활동에도 주목했다. 박 교수는 “1977년 카터 행정부의 주한미군 철수 논의 속에서 박 목사가 한국 대표로 하비브 차관을 직접 만나 철군의 위험성을 경고했고, 미국장로교 총회에서 철군 반대 결의안을 이끌어냈다”며, “동시에 유신체제의 비민주성 앞에서 침묵하지 않고 긴급조치 구속자 석방 촉구 성명과 인권 회복 기도회를 통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예언자적 사명을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1981년 창립된 한국복음주의협의회의 초대 회장이 바로 박조준 목사였다고 덧붙였다.
박조준 목사의 설교 세계는 여러 학자들에 의해 높이 평가받았다. 김열 웨이크신학원 교수는 박 목사를 “우리 시대의 독보적인 설교자”로 명명했다. 김 교수는 “박 목사의 설교는 종교개혁의 전통 위에 굳게 서 오직 그리스도만을 드러내는 그리스도 중심 설교를 지향했다”며, “신약성경 27권 전체는 물론 창세기·여호수아·욥기·시편·잠언·전도서 등 방대한 구약성경을 단 한 구절도 빠짐없이 강단에서 철저히 강해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김 교수는 박 목사의 설교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선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설교자 개인의 재능이나 수사보다 성경 본문 자체를 드러내는 데 집중했으며, 신실한 삶의 에토스, 뜨거운 파토스, 깊은 성경 연구에 기반한 로고스가 조화를 이루어 성도들의 전인적 삶의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조성현 부산장신대 교수는 인공지능 시대에 박조준 목사의 설교가 가지는 의미를 조명했다. 조 교수는 “AI가 아무리 발달해도 설교의 근본 생명인 성령의 임재와 조명, 인격적 신앙고백, 영혼을 향한 구령의 열정이 전혀 없는 기계적 텍스트 생성기에 불과하다”며,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영성이 없는 AI는 죄인을 회개 시키거나 상한 영혼을 어루만질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조 교수는 박 목사가 25분 설교를 위해 8페이지 원고를 정밀하게 작성하고 자신의 음성을 반복 청취하며 연습을 거듭했다고 소개하며, 이를 “인공지능이 결코 모방할 수 없는 성육신적 말씀의 현현”이라고 평가했다.
배종열 웨이크신학원 교수는 박조준 목사의 설교문 구조가 가진 생명력을 분석했다. 배 교수는 “박 목사는 한국교회 강단에 관행처럼 자리 잡은 도식적인 3대지 설교 형식에 말씀을 억지로 끼워 맞추지 않았다”며, “성경 본문 자체의 논리와 흐름에 철저히 순응하여 본문에 따라 2대지에서 많게는 7대지까지 유연하게 전개하는 역동적 구조를 통해 형식보다 말씀이 스스로 말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또한 박 목사의 설교가 회중의 집중을 끌어올리는 도입부, 청중이 말씀 속으로 깊이 들어가게 하는 공감적 주해, 삶의 변화를 촉구하는 적용이 조화를 이루었다고 강조했다.
포럼 자료집 서문을 작성한 임우성 간행위원장은 갈보리교회의 현재 상황을 신학적으로 변증했다. 임 목사는 박조준 목사가 교회를 개척하고 부흥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은퇴 후 원로목사라는 이름으로 사사로운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기득권을 주장하지 않았다며, “교회의 모든 주권을 온전히 주님께 맡겨드렸기에 미련 없이 교회를 떠날 수 있었다”고 평했다. 임 목사는 갈보리교회가 현재 겪고 있는 과도기적 진통을 “거대 교단의 압박이나 정치적 개입 없이 성도들이 주체적으로 교회를 수습해 나가는 역동적인 자정 과정이자 가장 순전한 신앙적 결단의 산물”이라고 평가했다.
평전 집필을 주도한 정일웅 웨이크신학원 이사장은 박조준 목사를 “한국교회 역사에서 보기 드문 개혁자”라고 평가했다. 정 이사장은 “박 목사는 군부독재 시절 교회가 하나님의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예언자적 설교로 시대적 책임을 일깨웠으며, 불의한 권력과 타협하지 않는 진리의 파수꾼 역할을 감당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영락교회 은퇴 후 갈보리교회와 국제독립교회연합회를 통해 교회개혁과 독립교회 운동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행사에 참석한 박조준 목사는 답사를 통해 “평생 특별한 재주 없이 말씀만 전해 왔을 뿐”이라며 겸손함을 드러냈다. 박 목사는 “설교를 준비할 때마다 마음이 뜨거워질 때까지 씨름했고, 은퇴 후에는 후배 목회자를 양성하고자 힘써 왔다”고 밝혔다. 또한 박 목사는 “뜻을 가진 목회자들이 살아 있는 한 한국교회는 살아 있으며, 한국교회가 계속 개혁되고 부흥해 건강한 자유민주주의 사회를 세우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900쪽에 달하는 평전 『신앙과 자유의 파수꾼 박조준』은 28인의 헌사와 권위 있는 학자들의 심층 분석을 통해 박조준 목사의 90년 생애를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평전은 박 목사가 영은교회 시절 도시 철거민들을 섬기고, 영락교회의 주일 5부 예배 부흥을 이끌고, 유신과 신군부 독재에 맞서 진리를 선포한 영적 지도자로서의 삶을 전기적 형태로 담아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