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줄고 신앙은 남았다”
‘크리스천 디커플링’과 공동체 재건… 10가지 트렌드가 말하는 한국교회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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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트렌드 2027』이 던지는 ‘에클레시아’의 질문
교회 출석자는 줄었는데 스스로 기독교인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늘고 있다. 목회데이터연구소와 희망친구 기아대책이 지난 9월 28일 서울 명동 서울YWCA 대강당에서 펴낸 『한국교회 트렌드 2027』이 포착한 흐름이다. 책은 이를 ‘크리스천 디커플링(Christian Decoupling)’이라 부르며, 신앙은 남았지만 교회와의 연결은 느슨해졌다고 진단한다. 책은 5~6월 담임목사와 기독교인 등을 대상으로 한 6개 인식조사를 바탕으로 분야별 전문가 10명이 집필했다.
지용근 목회데이터연구소 대표는 전체 기독교인 비율이 17%에서 18% 수준으로 소폭 올랐지만, 현장 출석은 그만큼 회복되지 않는 괴리가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가나안 성도’는 전체 기독교인의 27%, 약 10명 중 3명꼴이다. 장년 현장 예배 출석은 코로나19 이전 대비 94%까지 회복됐지만 다음 세대는 81%에 머물러 있다. 지 대표는 부모와 자녀의 종교 일치율이 80%에 달하는 만큼, 코로나 이후 3040 부모 세대의 약 30%가 교회를 떠나면서 자녀 세대의 회복도 함께 늦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신앙을 버리지 않으면서 교회에 나오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한국교회가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극화는 교회 규모와 신앙 깊이 모두에서 확인된다. 코로나 이전보다 부흥한 교회는 15%로 작년의 8%에서 두 배 가까이 늘었고, 그 성장을 주도한 것은 500명 이상 중대형 교회였다. 신앙이 깊어진 성도(27%)와 약해진 성도(24%)가 함께 늘어나는 신앙 양극화도 나타났다.
개인화된 신앙은 공동체에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프롬프트 크리스천’은 신앙의 궁금증을 인공지능에게 먼저 묻는 성도를 말한다. 이번 조사에서 AI와 신앙 상담을 해 본 응답자의 79.9%가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장신대 조성실 교수는 “AI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어떻게 쓸 것인가’를 물었지만, 이제는 ‘어디까지 쓸 것인가’로 질문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DIY 신앙’ 역시 같은 흐름으로, 성도들은 교회가 주는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필요한 설교와 찬양, 신앙 정보를 직접 조합하고 있다. 책은 교회가 공동체성을 지키면서 성도들의 ‘신앙 콘텐츠 큐레이터’ 역할까지 감당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역설적으로 디지털이 깊어질수록 대면 신앙에 대한 갈망도 커진다. ‘아날로그 영성’이다. 현장 예배와 소그룹 중심의 아날로그 신앙은 전체 교회의 15%에서 강화됐지만, 성장하는 교회에서는 25%에 달해 쇠퇴하는 교회(5%)의 다섯 배였다. 아날로그 영성을 위해 성도들이 교회에 요구한 것은 현장 예배의 깊이와 집중도 강화(55.6%), 소그룹 활성화(35.1%), 이웃 봉사와 섬김(28.7%) 순이었다.
관계의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느슨한 공동체’ 조사에서 성도의 68%가 교회 안에서 적당한 거리가 보장되는 느슨한 관계를 선호했다. 책은 성도가 관계의 깊이를 스스로 고르는 ‘다층적 공동체’로 나아갈 것으로 전망했다. 영남신대 김승호 교수는 젊은 세대가 느슨한 관계 안에서도 공동체성을 지킬 수 있다고 여긴다며, 교회가 주변부에 머무는 성도의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공동체를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청년 사역에서는 ‘밀도’가 해법으로 제시됐다. 청년부를 운영하는 교회는 57.2%에 그쳤고, 교인 29명 이하 교회는 27.6%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최근 3년간 청년부가 “성장했다”는 응답은 청년 49.1%, 청년부 사역자 45.2%, 담임목사 37.1%였다. 청년들이 꼽은 성장의 이유 1순위는 ‘또래 공동체의 친밀감과 환대’(29.2%)였고, 실망하는 가장 큰 계기는 ‘끼리끼리 문화’(44.5%)였다. 예배와 말씀, 환대, 소그룹, 멘토링, 돌봄을 한 청년의 신앙 여정 안에 촘촘히 잇는 ‘고밀도 청년 사역’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직분 제도에도 균열이 나타났다. 직분 제도가 필요하다는 데 성도 86.2%, 목회자 92.9%가 동의했지만, 성도 2명 중 1명 이상(53.7%)은 새 직분을 제안받아도 맡지 않겠다고 답했다. 기피율은 30대에서 59.0%로 가장 높았고, 교회에 불만족하는 성도의 기피율은 75.5%로, 만족하는 성도(49.3%)보다 크게 높았다. 책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직분 구분 없이 임기제로 운영하는 평신도운영회 도입을 제시했고, 이에 목회자 61.5%, 성도 70.6%가 찬성했다.
리더십 교체의 파고도 밀려오고 있다. 예장 통합은 2024년 말 기준 9,446개 교회의 약 58.2%가, 예장 합동은 약 60%가 향후 10년 안에 담임목사 은퇴를 맞는다. 이번 조사에서 담임목사의 78.4%가 노후 준비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책은 은퇴를 개인과 개교회의 ‘협상’에 맡기지 말고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한국교회 표준 은퇴 매뉴얼’ 제정에 성도 87.9%, 목회자 94.0%가 찬성했다고 전했다.
설교와 전도의 현장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성도들이 선호하는 설교 스타일은 ‘진솔하고 진정성 있는 설교’(41.4%)였고, ‘권위와 경건함’을 꼽은 성도는 4.1%에 그쳤다. 전도 현장은 더 냉정하다. 코로나 이전 새신자가 100명 들어왔다면 지금은 68명 수준이며, 최근 3년간 전도 경험이 있는 성도는 43.7%였다. 향후 전도의 중요한 요소로 성도 56.8%가 ‘삶으로 보여주는 신앙’을 꼽았다.
이 모든 흐름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기아대책 박재범 부회장은 “『한국교회 트렌드 2027』의 전체 흐름은 교회 공동체, 곧 에클레시아”라며 “AI 시대가 오고 신앙이 개인화되더라도 결국 교회 공동체 안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흩어지는 신앙의 시대에 교회 공동체를 어떻게 다시 세울 것인가. 『한국교회 트렌드 2027』이 던진 질문이자, 한국교회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다.
한편 희망친구 기아대책은 목회데이터연구소와 함께 지난 10월 13일 천안 하늘샘교회(담임 이성수 목사)에서 ‘한국교회 트렌드 세미나 2027’을 시작했다. 이번 세미나는 『한국교회 트렌드 2027』의 주요 조사·연구 결과를 목회 현장에 연결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책의 저자들이 강사로 참여해 한국교회의 변화와 주요 이슈를 짚고 지역교회의 적용 방안을 나눈다. 세미나는 10월 20일 여천제일교회(담임 김동식 목사), 22일 서호성결교회(담임 이호성 목사), 11월 10일 포도원교회 양산미션센터(담임 전남수 목사), 13일 대구내일교회(담임 이관형 목사), 17일 전주바울교회(담임 신현모 목사), 26일 드림교회(담임 박장혁 목사), 12월 3일 도림교회(담임 정명철 목사) 등 전국 20여 개 교회에서 12월까지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