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교비 과세 시행령, 정부와 교계 실무협의 진행
선교사 사례비 비과세 명확화, 투명성 강화 방안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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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김정석 감독·한교총)이 지난 9월 8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상속·증여세법 및 법인세법 시행령 관련 공청회를 개최하고 정부와의 협의 현황을 보고했다. 이는 지난 2월 개정·시행된 세법 시행령으로 인해 교회의 해외선교비 송금 방식 변화가 필요해짐에 따라 마련된 자리였다.
공청회에 따르면 정부 과세 당국은 종전과 같이 지급되는 선교비에 대해 사실상 잠정적인 적용 유보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제시했으며, 선교사의 사례비 및 활동비는 상속·증여세법 및 법인세법 시행령과 무관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또한 비영리법인 전용계좌를 통한 해외선교비 송금 및 관리 요건을 갖출 경우 2026년도 기지출분에 대해서도 비과세를 소급 적용하기로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논란의 배경은 올해 5월 대법원 판결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법원이 모 이단 단체의 해외 지부 송금 85억 원에 대해 국세청이 부과한 52억여 원의 증여세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2025두30806)하자, 정부는 2월 27일 상속·증여세법 시행령과 법인세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개정 내용은 공익법인 중 종교단체의 범위를 ‘비영리내국법인 및 거주자가 운영하는 사업’으로 한정하고, 기부금 대상을 ‘국내에 있는 그 소속 단체’ 중심으로 제한하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국내 교회가 해외 선교사나 현지 선교단체에 지원하는 선교비가 기존의 세제 혜택을 받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와 한국선교연구원(KRIM)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교회는 170개국에 장기 선교사 21,621명, 단기 선교사 7,808명을 파송하고 있으며, 연간 선교 규모는 약 3,066억 원에 달한다.
서헌제 중앙대 명예교수(한교총 세정대책위원회 위원, 한국교회법학회 회장)는 이날 발제에서 “대한민국 헌법 제20조가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에서 해외선교는 본질적인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교회의 해외선교가 복음 전파뿐 아니라 병원과 학교 건립, 식수난 해결 등 제3세계 주민의 복리에 기여하는 공익사업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대법원도 종교단체의 해외선교사업이 국가 공익사업과 무관하지 않으며, 사후관리의 현실적 어려움만을 이유로 비과세 대상을 국내 거주자로 한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명시했다’고 언급했다.
정부 측은 9월 2일 재정경제부 세제실, 국세청,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가 참석한 실무 간담회에서 현행 시행령이 이미 법적으로 시행 중이어서 공식적인 적용 유예는 불가능하지만, 종교계 상황을 존중해 종전과 같은 방식의 선교비 지급에 대해서는 사실상 잠정적인 적용 유보를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정부는 또한 선교사 개인의 사례비 및 활동비는 해당 세법과 무관하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재개정 전까지 비영리법인 전용계좌 관리 요건 충족 시 2026년도 기지출분에 대한 비과세 소급 적용도 검토하기로 했다.
한국교회세무재정연합 대표 김영근 회계사(한교총 세정대책위원회 위원)는 현장 실무 차원의 구체적 지침을 제시했다. 파송 선교사에게 지급하는 정기 사례비(가족생계비, 사택유지비, 자녀교육비, 휴가비, 차량·휴대폰 지원비, 상여금 등)는 국내 목회자와 동일하게 소득세법상 종교인소득으로 신고하고 연말정산을 진행하면 상속·증여세법상 증여세 이슈를 차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선교사가 직접 사용하는 필요경비(여비교통비, 비자수수료, 숙박·정착비, 건강·품위유지비, 선교연구·도서비, 비품·장비비, 소액 구제지원비 등)는 교단 및 선교단체의 정관에 ‘선교활동비’ 규정을 삽입해 실비변상적 급여로서 비과세 처리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김 회계사는 해외 부동산 구입, 재산 취득, 해외 구제활동비, 해외 사회사업비 등과 관련해서는 세법 재개정이 완료되기 전까지 잠정 보류하거나 건별 정당성을 철저히 검증한 후 지출하도록 권고했다. 대규모 프로젝트성 지원금(병원·학교 건립 등)은 개별 교회나 개인이 직접 해외로 송금하기보다는 교단별 선교법인 또는 초교파적 선교법인을 통해 투명하게 지급하는 방식 전환을 제안했으며, 국내 일반 구호단체(월드비전, 굿네이버스 등)를 통한 우회 송금도 증여세 과세 위험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선교사의 거주자 판정 기준(국내 가족 거주, 주소, 소비 중심 등)과 관련해서는 단기적으로 거주자로 신고한 뒤 전문가의 판단을 병행하도록 안내했다.
질의응답 과정에서 예장통합 소속 장로인 김진호 세무사는 현장의 과제를 제기했다. 한 선교사가 여러 교회로부터 다단 지원을 받는 구조에서 개별 교회의 소득세 신고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과, 선교사를 소득세 및 4대 보험 피보험자로 등록할 경우 약 20% 이상의 세금과 보험료 부담, 귀국 후 퇴직금 지급 의무 발생 등으로 인한 재정적 부담 증가를 언급했다. 김 세무사는 “현장 선교사의 특수성과 교단 집계 시스템을 고려한 과세 관청과의 세밀한 추가 협의가 지속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교총과 정부는 오는 11월까지 협의를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구체적 일정은 9월 말까지 정부와 공익법인 과세 관련 공식 태스크포스(TF) 협의체를 출범시키고, 10월 말까지 해외선교 현장 상황을 반영한 사후관리 기준안을 마련한 뒤, 11월 말까지 세법 개정안을 최종 확정하고 2~3년 적용 유예 조치를 확정하는 것이다.
한교총이 제시한 협상안은 6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공인 교단 산하 선교 단체에 대한 사후관리 일괄 면제, 해외선교비에 한해 전용계좌 사용 의무화, 해외 회계자료의 아포스티유(Apostille) 등 간소화 절차 적용, 현지 사정상 영수증 수취 불가능 지역에 대한 공인 교단 공식 보증을 통한 비과세 인정 구조, 현지 NGO 및 비종교 단체를 통한 간접 해외선교 지출의 종교 목적 명문화, 2026년도 지출액에 대한 국세청 과세 유보 및 소급 적용 등이 검토될 예정이다.
한교총 대표회장 김정석 목사(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는 “이번 세법 개정이 한국교회의 선교 사역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교계의 입장을 정부 당국에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교총 사무총장 김철훈 목사는 “해외 선교가 위축되지 않으면서도 투명한 관리 체계가 마련될 수 있도록 정부와 협의해 합리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교총은 5월 말부터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대응 활동을 진행해왔으며, 현재까지 6차례의 대책 회의를 개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측은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인한 파급효과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교계에 전달했으며, 해외선교 현장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정통 교단의 합리적인 선교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는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협의에 임할 방침임을 밝혔다. 한편, 정부가 이단의 자금 유출을 방지하면서 동시에 정통 교회의 해외선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기준 마련에 고민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